12. 생후 22~24개월 손기술 발달 (문제 해결과 손의 목적 지향성)
1. 목적을 위한 손 사용: 생각이 손을 이끈다
생후 22~24개월의 아이는 손기술의 사용 목적이 명확해지고 복잡해진다. 이전에는 단순히 물건을 잡거나 반복적인 놀이를 통해 손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머릿속에 떠올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높은 책상 위에 놓인 장난감을 손에 넣기 위해 상자를 밟거나 의자를 끌어오는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아이가 ‘내가 원하는 것을 손으로 얻을 수 있다’는 목표 중심적 사고와 손 조작 능력을 결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손은 단지 움직이는 신체 기관이 아니라, 사고력과 연계된 실행 도구가 된다. 아이는 손의 사용 방식을 점차 더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고, 같은 문제 상황에서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의 손 움직임을 조정해 나간다.
2. 도전과 시도 속에서 손기술이 정교해진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작은 문제들’을 손으로 해결해 나가며 기술을 빠르게 확장시킨다. 퍼즐을 맞추기 위해 모양을 돌려보는 행동, 끈 구멍에 실을 넣으려 애쓰는 시도, 쌓은 블록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음 조각을 얹는 모습 등은 모두 손과 눈, 머리의 협응이 함께 작동하는 정교한 기술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이러한 시도를 단순히 ‘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고민하며 손을 움직인다는 점이다. 실패해도 곧 다른 방식으로 바꿔 시도하고, 성공했을 때는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손기술이 단지 근육 운동이 아니라 성취 중심의 문제 해결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의 아기들은 자주 사용하는 손기술 동작에 있어 속도는 느리더라도 정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3. 자조 행동의 통합: 손이 곧 자립의 시작
22~24개월은 손기술이 자조 행동과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단지 물건을 만지거나 조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해내기 위한 손기술을 시도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옷 입기, 신발 신기, 스스로 수저를 쥐고 식사하기, 컵을 들어 물 마시기 같은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손의 조작 능력은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기술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양말을 벗기기 위해 손가락으로 끄트머리를 잡고 당기거나, 바지 허리를 양손으로 펼쳐서 다리를 넣으려 하는 동작은 매우 세밀한 감각 조절과 공간 인식 능력이 필요하다. 부모는 이러한 시도에서 완벽함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손을 써보려는 의지와 행동 자체를 격려해주어야 한다. 이때의 성공 경험은 손기술 발달은 물론, 자신감과 자립심을 키우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4.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용적 자극 환경 만들기
22~24개월 시기의 손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발달시키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먼저 아이가 실제 문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난감을 일부러 손이 닿지 않는 상자에 넣어놓고 꺼내보게 하거나, 손잡이를 돌려야 열리는 뚜껑 상자를 주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게 하는 활동은 손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자극한다. 또한 다양한 자조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일상 루틴 안에 손을 쓰는 시간을 넣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수건 개기, 작은 옷걸이에 옷 걸기, 스티커 떼기, 지퍼 끌어올리기 등은 모두 훌륭한 손기술 훈련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아이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실패를 겪더라도 성급히 도와주지 않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태도다. 아이의 손이 생각을 따라 움직이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 시기를 부모가 응원해준다면, 아이는 손을 통해 세상과 더욱 능동적으로 관계 맺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