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생후 25~27개월 손기술 발달 (이중 과제 수행과 손의 협응력 확장)
1. 복합적 손기술의 시작: 손이 둘 이상의 일을 한다
생후 25~27개월 아이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세밀한 손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단순히 물체를 잡고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과제를 수행하려는 모습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한 손으로 컵을 들고 다른 손으로 과자를 집거나, 블록을 쌓는 동시에 말을 하며 상황을 설명하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밀며 스스로 ‘브룸브룸’이라고 효과음을 넣는 식이다. 이런 행동은 ‘손의 움직임 + 인지 + 언어’라는 복합 자극을 동시에 처리하는 뇌의 통합 기능을 의미하며, 손기술의 질적 도약을 보여준다. 손의 움직임이 단순한 반사나 흉내가 아니라,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과 계획에 따라 의도적이고 구조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운동 능력과 사고력, 그리고 사회성의 상호작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양손 협응력의 강화: 좌우 손을 독립적으로 활용
이 시기 아기의 또 다른 특징은 양손을 다르게 사용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두 손이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주로 한 손만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한 손으로 그릇을 잡고 다른 손으로 수저질을 하는 등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양손 협응 동작이 증가한다. 양손의 독립적 사용은 소뇌와 대뇌의 좌우반구가 균형 있게 발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며, 이후의 쓰기, 도구 사용, 미술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기반이 된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는 점차 **우세 손(주로 사용하는 손)**을 구분해 나가며, 그 손에 더 정교한 손기술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가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난감을 손바닥에 쥐여주거나, 양손을 다 써야 하는 활동(예: 두 손으로 풀기, 잡아당기기)을 자주 제공해줘야 하며, 아이가 자율적으로 주 손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3. 놀이 속 이중 과제: 생각하며 손을 움직이다
생후 25~27개월은 손기술과 놀이가 더 깊이 연결되는 시기이다. 단순 조작이 아니라, 계획하고, 상상하며, 그에 맞게 손을 움직이는 행동이 점점 많아진다. 예를 들어, 블록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 인형을 넣는 놀이, 퍼즐의 빈칸을 찾으며 모양을 돌려 맞추는 행동, 크레용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이건 엄마야”라고 말하는 행동 등은 모두 아이가 손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또한 이 시기 아이는 손을 쓰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려는 언어적 시도도 많아지는데, 이는 손과 언어, 인지 기능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신호다. 부모는 아이가 이러한 놀이 속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간섭보다는 적절한 격려와 함께 지켜봐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놀이의 방향을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4. 부모가 준비할 손기술 확장 자극법
25~27개월 시기의 손기술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두 가지 이상의 행동을 동시에 해볼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요리 놀이 세트’를 통해 한 손으로 프라이팬을 잡고, 다른 손으로 뒤집개를 사용하는 흉내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며 색을 말로 설명하게 하는 등의 놀이가 효과적이다. 또한 양손 협응이 필요한 활동—예를 들어 종이 찢기, 점토 반죽 주무르기, 고무줄 끼우기, 열쇠 돌리기, 버튼 누르기—등을 자주 제공해주면, 손과 뇌의 통합적 기능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손의 사용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고 표현하며 조작하는 데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의 손이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담아내고, 감정을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음을 이해하고, 실수와 느린 진행 속도조차도 성장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