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을 통한 공동 활동과 사회성 발달의 연결
만 5세에 가까워지는 이 시기 아이들은 손을 사용하는 활동에서 혼자서의 집중력과 완성력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손을 조절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친구와 함께 블록을 쌓을 때, “이 부분은 내가 할게”, “너는 여기부터 해봐”처럼 역할을 나누고, 순서를 지키며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손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사회성의 표현을 넘어서, 손의 움직임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조율되고 통합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이접기,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도 이젠 공동작업으로 확장되며, 손은 ‘나만의 창작 도구’에서 ‘함께 나누는 도구’로 기능이 확장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협업, 양보, 순서 지키기, 상대방의 시도 인정하기 등 사회적 규칙을 손의 사용 속에서 체화하게 된다.
2. 공동 목표를 위한 손기술 조율 능력 발달
생후 61~63개월의 손기술은 타인의 생각과 손동작을 관찰하고, 그것에 맞춰 자신의 손을 조율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단체 만들기 활동에서 친구가 천을 붙이는 동안 자신은 테이프를 잘라 준비하고, 친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조립할 때 “여기부터 해보자”라고 제안하는 식의 의사소통과 협력적 수정이 손의 움직임과 함께 일어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특히 ‘내가 잘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며 협업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터득한다. 이러한 손의 조정과 타인 배려는 단순히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손기술을 연결시켜 더 큰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부모가 개입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규칙을 만들고 협의하며 작업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손기술이 이제 관계 기술로 발전했다는 의미다. 즉, 손은 사회적 협업 능력의 핵심 실천 수단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3. 놀이와 프로젝트 속 손의 역할 확장
이 시기 아이들의 손은 협업 속에서 ‘역할’과 ‘책임’을 가진 존재로 기능한다. 모래 놀이에서 친구와 함께 마을을 만들거나, 큰 종이에 함께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서 자신의 구역을 꾸미고, 친구의 구역과 연결점을 만들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은 매우 가치 있는 손기술 확장 사례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단순히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 움직임을 존중하고 자신의 계획을 조율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함께하는 놀이’는 손기술을 단순한 개인의 능력에서 사회적 상호작용 기반의 창의적 프로젝트 수행 도구로 승화시킨다. 이 시기에는 특히 역할놀이나 팀 활동에서 “나는 요리사 할게”, “넌 계산해줘”와 같은 말과 함께 역할에 맞는 손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자기조절력, 타인 배려, 협력적 문제 해결력까지 손기술과 함께 통합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부모는 이 시기의 손기술 발달을 도우면서, 함께 손을 사용하는 경험이 사회성을 기르는 기회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첫째, 가정에서도 형제자매 또는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손기술 활동을 늘려보자. 예를 들어, 함께 요리하기, 함께 꽃꽂이하거나 화분 옮기기, 함께 벽화 그리기 같은 활동은 손의 움직임과 공동 작업, 대화, 상호 조율이 결합되는 최적의 기회다. 둘째, 아이가 친구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려 할 때 부모는 결과물보다 그 안의 협력 과정을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 “둘이서 서로 도와서 이렇게 만들었구나!”, “친구가 잘 못할 때 도와준 손이 멋졌어!” 같은 피드백은 아이가 손을 통해 협동의 가치를 배우고, 사회적 유능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모범이 되어 아이와 공동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자주 갖는 것도 좋다. 아이는 부모의 손길을 보며 함께 만드는 기쁨, 서로 맞춰가는 과정의 가치를 배우고, 손기술은 더 이상 혼자의 성취가 아니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따뜻한 매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