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왼손잡이 아동의 손기술 발달, 무엇이 다를까?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 안팎으로, 소수이긴 하지만 결코 드문 존재는 아니다. 아동의 경우,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손의 선호도가 조금씩 드러나고, 만 3~4세에는 비교적 뚜렷한 주 사용 손이 결정된다. 왼손잡이 아이도 기본적인 손기술 발달의 순서 자체는 오른손잡이와 동일하다. 잡기, 밀기, 누르기, 꿰기, 자르기 등의 조작을 통해 손가락 조절력과 손-눈 협응력이 발달하며, 놀이와 학습의 수단으로 손을 다양하게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왼손잡이 아이들은 도구와 환경이 주로 오른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발달 과정에서 불편함, 혼란, 좌절감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손의 기술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아이가 익숙해질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잡이 아이의 손기술 발달은 ‘별도의 지도’보다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2. 왼손잡이 아이가 직면하는 실질적 불편함과 그 영향
가장 큰 어려움은 글쓰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드러난다. 왼손으로 글씨를 쓸 때, 종이 위 손의 움직임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한국어의 필기 구조상, 손이 글자를 덮거나 번지게 되어 글씨를 또렷하게 쓰기 어렵고 손이 쉽게 피로해진다. 또, 연필 잡는 각도가 부자연스럽거나 팔을 구부리는 독특한 자세로 인해 글씨가 기울거나 힘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위, 연필깎이, 자, 퍼즐판, 도화지 배열 등 일상 도구 대부분이 오른손 기준으로 제작되어 있어, 도구 자체를 조작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실패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반복된 실패는 아이의 자신감 저하, 위축, 손기술 자체에 대한 회피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래보다 손기술 숙달이 느리다고 지적받는다면, 아이는 “나는 손재주가 없어”라고 믿게 되며, 이는 자기효능감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기능 훈련보다 환경의 수정과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3. 왼손잡이 아동을 위한 환경적·정서적 지원이 우선이다
왼손잡이 아이의 손기술을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왼손 사용을 억제하지 않는 문화적 수용이다. 과거에는 오른손 교정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왼손 사용 자체가 두뇌 기능이나 지능 발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음이 명확히 밝혀졌다. 따라서 인위적인 교정보다는, 아이가 왼손으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도구 환경의 수정이 중요하다. 예: 왼손 전용 가위, 왼손잡이 연필, 왼손용 노트 배열, 종이 방향 조절, 책상 위치 조정 등. 또한,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왼손 사용을 무심코 지적하거나 교정하려 한다면 아이는 ‘나는 잘못됐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므로, 정서적 지지와 수용적 태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왼손으로도 이렇게 잘 쓰는구나”, “네 손이 아주 특별하네” 같은 말은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하게 하는 힘이 된다. 기능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손의 사용에 대한 자존감이다.
왼손잡이 아동의 손기술 발달은 ‘별도 훈련’보다는 맞춤형 전략과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첫째, 활동의 좌우 배치와 도구 선택을 고려하자. 예를 들어, 글쓰기 시 노트 방향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약간 틀어주면 손목 각도가 편안해진다. 둘째, 미술, 만들기, 조립 같은 활동에서 아이가 불리하지 않도록, 도구의 손잡이 방향, 커팅 방향 등을 점검하고 필요시 왼손 전용 제품을 사용하자. 셋째, 교실 활동이나 협동 작업 시 아이가 왼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자리 배치와 작업 순서를 조정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넷째, 왼손잡이 또래 아이들에 대한 성공 사례를 공유하거나, 왼손이 강점이 되는 영역(예: 예술, 음악, 스포츠 등)을 소개해주는 정서적 지지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른손처럼 하게 만들기’가 아닌, 왼손 그대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왼손잡이 아이의 손은 단지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것뿐, 성장하는 능력은 결코 덜하지 않다.